냥이

막둥이가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sorisai 2024. 5. 19. 07:47

막둥이는 각시가 데리고온 냥이 입니다.

저의 집에 각시가 들어와 고양이들을 보고 그 매력에 빠져

"오빠, 고양이 한마리 더 키우면 안될까?"

그런데 이미 복돌이, 복동이, 복순이가 있어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결국은 승낙을 했지요.

그래서 막둥이는 리비도 군단에 합류를 합니다.

<리비도가 반지하에 있을 때 입성했던 막둥이>

 

그렇게 입성해서 애들과도 금방 친해질 정도로 사교성이 좋았지요.

최근까지도 리비도 시청실에 손님이 오시면 은근슬쩍 다가와서 

만져달라 할 정도로 낯도 안가리는 그런 녀석 입니다.

<막둥이 리즈시절>

 

그런 아이에게 아픔이 올 것이다 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네요. 

 

언제부터인가 살이 빠지고 활동력이 줄다가 과호흡으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폐암 악성 진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미 전이가 많이 되었지만 약물치료로 끝까지 해보자고....

이미 병원에서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소견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투병중인 막둥이>

 

 

약을 잘 먹이고 사료도 절구에 찧어 4~5시간 간격으로 열심히 먹이고....

 

병원 갔을때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어떤 젊고 이쁜 아가씨가 제 옆에 앉아서

계속 눈물 흘리는 것을 봤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며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못걸었습니다.

복돌이가 떠났을 때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 죽었을 뿐인데 뭐 그리 청승을 떠냐고....

앰프 만드는데만 집중하라고.....

글쎄요...

그런 경험이 없으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병원에서 눈물 흘리던 아가씨의 마음은....

그리고 어린 아이들도 이런 상황이 오면 목놓아 웁니다.

집안에 돌아다니는 곰인형도 몇 년 지나면 정이들어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는 자식이 없어 애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우다 보니 

더 힘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눈치는 있으셔야죠....

 

5월 18일 밤 11시.

평소처럼 사료를 갈아 먹이려고 막둥이를 안았는데

축 처집니다.

느낌이 안좋습니다.

각시도 나와서 이불 위에 올려놨습니다.

그런데 숨을 안쉽니다.

그리고 10~15초 간격으로 커억 하고 큰 숨을 쉽니다.

그러다가 다시 호흡이 돌아왔는데 사실 이것이

죽음과의 싸움에 대한 시작있습니다.

호흡이 빠른 상태로 선잠까지 들어 고비를 넘겼나 했습니다.

그러다

다음날 5월19일 일요일 새벽 다섯시 십오분....

큰 커억 소리를 두 세번 내고 고양이 별로 갔습니다.

............................

저도, 각시도 몇분 동안 침묵했습니다.

이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 사실....

그러나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은 50살에도 가고 90살에도 가는데

고양이는 왜 자로 잰듯이 15살, 16살이 되면 갈까요?

신의 뜻이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요?

 

 

안락사...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보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병원에 갈 기력조차 없었지요.

그동안 애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면

심한 고통뿐이었습니다.

안락사는 최선의 마지막 치료라고 합니다.

기회와 여건이 맞지 않아 시도를 못했지만

편하게 보내줄걸....

이런 후회도 듭니다. 너무 긴 시간동안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막둥이 마지막 모습>

 

비닐 뜯어먹는다고 항상 혼나고 

그래서 집안에 비닐이란 비닐은 다 치워놓고 살았는데

지금은 너가 좋아하는 비닐속에 있구나...

 

 

그리고 석유난로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겨울에 다시 놀러오렴....

 

 

조금 있다가 장례지도사께서 방문 하십니다.

우리 아이들의 장례를 모두 해준 곳입니다.

부디 그곳에서도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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