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앰프 컨디션 회복작업(2) 크렐 300i 인티앰프....

sorisai 2012. 11. 5. 12:25


컨디션 회복작업은 새로운 음색으로 바꾸는 개조(리모델링)작업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에서 사용상의 불편함이나 장기적으로 고장발생의 가능성을

미리 진단하여 대처하는 작업으로 잔고장 없이 장시간 좋은 컨디션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목적의 작업입니다.

 

이번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높은 모델인 크렐 KAV-300i 인티앰프 입니다.

1995년도 부터 생산되어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는데 초창기에는 트랜스 험 문제로

좀 시끄러웠지요.

그러다 그 후로 개선되어 들어왔는데 당시 신품구매를 하셨다면 사용년도는 약

10 여년 정도 될겁니다.

이번 작업을 위해 인터넷 사전조사를 하고 그동안 사용자들에게 들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이번 작업내용의 화두는 "열" 입니다.

제조회사 입장에서는 아주 튼튼해서 제품의 수명이 긴 모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장이 나야 그에 따른 A/S이익금도 챙기고 다른 제품도 팔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발열이 많은 제품들을 설계하고 내놓는데 이것은 소비자들이

A급 앰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고 열이 좀 나야 좋은 소리가 난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수명이 짧은 발열제품을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마크레빈슨 ML2가 그런데요 아마 지금은 열 때문에 거의모두 고장났을겁니다.

이번에 작업할 제품도 열 하면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에 꽉 막힌 오디오랙에 두고 장시간 사용한다면 100% 사망입니다.

 

 

 

 

 

 

 

RCA 단자가 좀 고급형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자가 고장나기 전에 앰프가 먼저 고장날것을 알고 미리?...ㅋㅋ 

 

 

 


컨트롤 및 프리앰프부 입니다.

파워앰프 기판 위에 위치하여 이중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프리부와 파워앰프부의 연결은 프리부 기판에 있는 소켓핀으로 연결되어

지저분한 배선이 보이지 않아 깔끔합니다.

 

 

 


제법 큰 용량의 트랜스가 들어있습니다.

약 500VA 정도로 보입니다.

 


출력석에는 크렐마크가 붙어있지만 모트로라의 MJ 시리즈 출력석입니다.

당시에는 특별 설계한 TR이라고 광고했지만 거짓말이고요 저렇게 주문수량만 많으면

메이커에서 저렇게 찍어줍니다...

 

 

 

 

 


프리앰프부의 기판을 분리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기판의 바닥을 보면 검은색으로 그을린 자국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문제의 부분 때문인데요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에서 열이 엄청나게 납니다.

인터넷으로 알아봤던 현상과 같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 또 주변회로를 찾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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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 보니 앰프의 전원을 걸어주는 회로네요.

전원제어 TR 두 개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고장은 아닙니다.

크렐에서 일부러 이렇게 설계한 것인데 제품수명을 짧게 한다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네요...

 

 

 


열이 얼마나 나는지 이렇게 기판까지 색이 변했습니다.

납땜상태가 좋을리 없지요...

그래서 색이 바랜 다른 부분이 있나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열이 많이 난다는것이 보입니다.

 

 

 


위 사진은 재밌는 것인데요 아마 회로 설계의 미스로 드라이브 TR에 발진이 생겨

후작업으로 저렇게 발진방지 콘덴서를 붙였네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하긴 힘들겠지요...

 

그리고 문제의 전원 TR 열 때문에 작업실에 있는 소형 방열판을 모양별 크기별로 다 모아서

달아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공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TR이 워낙 낮게 위치해있고 주변으로 콘덴서와 저항등이 따딱 붙어있어 방열판 부착작업은 못하고

아래 사진과 같이 약간 꼼수를 써서 방열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 방법 밖에는 생각나는것이 없네요...

그래도 달지 않은 것 보단 훨신 효과가 있을겁니다.   

 

 


그리고 이 제품에는 메인 전원 콘덴서가 4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 두 개가 배꼽이 약간 부풀어 올랐더군요...

이 콘덴서는 교체해야 할 때가 있고 그냥 사용해도 될때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교체가 맞다 생각하고 콘덴서 하나를 분리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콘덴서를 흔들어봤는데 그 안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동안 고장난 콘덴서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처음엔 중국산 이중 가짜콘덴서가 아닌가 의심도 들었지만 어차피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 속을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너 안에 뭐가 들었냐?>

 

<옷을 벗기고>


 

<맨살 공개>

 

<수술 시작>

 

 

세상에......

열 때문에 아래 사진과 같이 오일이 모두 증발하고 충진제는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나옵니다.

안에 원통형의 콘덴서 뭉치가 바짝 말라서 흔들리는 소리였습니다.

이 앰프가 이런 지경에서 정상적으로 작동 되었을리 없지요.

이것 때문에 발열이 더 심해졌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콘덴서 네 개를 제거하고 흔들어 보니 그 중 세 개에서 덜렁덜렁 소리가 나네요...

이 상태로 그냥 계속 사용했다가는 더 큰 고장이 올 수 있었을 겁니다.

열로 인하여 부품이 타면서 다른 부분까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큰 사고로....

현재 같은 모델을 사용하고 계신분이라면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콘덴서 네 개는 모두 새것으로 교체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이 많은 상태에서 일반 콘덴서는 안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조금 비싸더라도 85도 짜리가 아닌 105도 짜리를 사용합니다.

<왼쪽이 기존의 85도 콘덴서....오른쪽이 새로 탑재될 105도 콘덴서>

 

이렇게 리드간격 같고 지름 같고 온도만 높은 콘덴서는 일반인이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거래처에 미리 전화하지 않았다면 무지 고생했을 겁니다.

거래처에서 창고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구매했지요.

  


위 사진은 전원 TR에서 열 나던 부분에 납땜을 새로 한 모습입니다.

하이엔드 제품들도 이렇게 기판형태의 회로로 이루어진 패턴이라면 거의 99% 디핑으로

납땜을 합니다.

그런데 이 디핑이 손땜에 비해서 내구력이 50%도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고장의 원인으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돋보기로 또 이상있는 부분을 모두 찾아

납땜을 새로 했습니다.

이 제품은 열이 많아서 그런지 기존의 납을 흡착기로 제거하고 새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납땜도 되지 않습니다.

컨디션 회복 작업 중에 제일 노가다 파트지요...

  

이렇게 콘덴서를 105도 짜리로 바꾼 모습입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든든합니다.

 

 


이제 모두 재 조립 후 버닝 하기 전에 몇 가지 조정을 해야 합니다.

출력석의 바이어스를 좀 낮춰 발열양을 줄이고 DC체크와 동작 상태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입력에 150mV 사인파를 넣고 볼륨을 최대로 하고 출력값을 보는데

어라?

10V도 안나옵니다.

정상적이라면 30V는 나와야 하는데....


 


이상이 있는 것이지, 아니면 제품 특성이 원래 그런것인지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먼저 입력의 최대허용전압을 체크합니다.

최대 볼륨에서 입력전압을 서서히 올렸을 때 출력파형이 찌그러지기 직전이 최대 허용전압 입니다.

안전을 위해 일단 무부하로 테스트를 합니다.

 

입력전압이 750mV(1KHz)일때의 파형....


 

그러다 전압을 더 올리니 파형이 찌그러집니다.

즉 최대 입력전압은 750mV(1KHz)가 되고 이때 출력도 역시 정상 출력이 나옵니다.

결국 앰프 특성이 그랬던 것인데 입이 크다고 소문난 레인보우도 250mV(1KHz)입니다.

그런데 750mV(1KHz)라면 입력이 커도 너무 크네요....

이것은 일반적인 튜너나 포노이큐 앰프를 사용할 때 아무리 볼륨을 올려도 제품이 갖는 파워에

30%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특별하게 출력이 높은 CDP(보통 CDP도 저렇게 크지는 않습니다)가 아니라면 결국

볼륨을 많이 올려야 하는데 사실 가정에서 듣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150와트 풀 파워가 필요한 공간이라면 소스에 프리를 하나 더 물려 연결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리고 주파수 대역 측정도 해봤는데 약 5Hz 부터 20KHz 가 나옵니다.

그리고 출력석의 열을 줄이기 위해 바이어스 값도 좀 줄였습니다.

기존의 바이어스가 100% 였는데 약 70%정도로 줄여 발열양을 살짝 줄였습니다.

 

작업을 마무리 하며 느낀 것인데 이렇게 앰프에 열을 많이 나게하여 제품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

미래의 오디오 시장 발전을 위해 좋은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해답찾기가 힘드네요.

아직도 앰프는 열이 많이 나야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이제 이 제품은 24시간 버닝작업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