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블로그

첫눈, 그 공허함....

sorisai 2024. 11. 27. 11:55

눈이 온다는 소식에

각시는 분주하다.

어젯 밤 부터 문을 자주 열어본다.

"추워, 문닫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그런데 결국 아침 부터 눈이 내린다.

깨잘거리는 눈이 아니다.

각시는 

뭘 입고 갈까?

장화 신을까?

하면서 신발장을 뒤지고 

옷장을 뒤지며 첫눈 패션을 한참 꾸미고

나서야 출근했다.

부럽다.

그런 소녀감성이 아직까지 있다는 것이.

군대의 제설작업 때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감흥을 잃었다.

난로를 언제 꺼낼까?

난로 꺼내면 석유 사와야 하는데

오십견 걸린 내가 그 무거운 통을

들고올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생각만 한다.

첫눈....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또 1년이란 세월이 지니감을 알리는....

내일 프리앰프 하나가 시집간다.

첫눈의 공허함속에

이 앰프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는

더럽게 눈치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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