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는 소식에
각시는 분주하다.
어젯 밤 부터 문을 자주 열어본다.
"추워, 문닫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그런데 결국 아침 부터 눈이 내린다.
깨잘거리는 눈이 아니다.
각시는
뭘 입고 갈까?
장화 신을까?
하면서 신발장을 뒤지고
옷장을 뒤지며 첫눈 패션을 한참 꾸미고
나서야 출근했다.
부럽다.
그런 소녀감성이 아직까지 있다는 것이.
군대의 제설작업 때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감흥을 잃었다.
난로를 언제 꺼낼까?
난로 꺼내면 석유 사와야 하는데
오십견 걸린 내가 그 무거운 통을
들고올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생각만 한다.
첫눈....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또 1년이란 세월이 지니감을 알리는....
내일 프리앰프 하나가 시집간다.
첫눈의 공허함속에
이 앰프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는
더럽게 눈치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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