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고양이 환타지아...

sorisai 2023. 12. 18. 11:57

부대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영내에서 대대장이 공기총으로 고양이들을 사냥하고 있다고...

"이런 미친..."

좀 더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니 다행히 부상당한 고양이는 한마리...

그래서 당장 의무실로 데려가 치료해주라는 지시를 했다.

그때 당시 나는 한달짜리 야외훈련을 나와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훈련을 끝내고 부대복귀를 한지 얼마 되지않아 

큰 인명사고가 났다.

공중파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큰 사건...

며칠 동안 부대는 난리가 났다.

어찌어찌해서 사건은 시간이 흘러 마무리가 되었고

고양이를 사냥했던 대대장은 그 후로 고양이를 쓰담고 이뻐했다.

아마 이 사건이 고양이에게 복수를 당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부대 고양이들을 살피는 비공식적인 선임하사가 되었다.

그 시기는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대 전에도 고양이를 키운적이 있어 부대에 돌아다니는 한 녀석과 친해졌다.

연병장 저 끝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이름을 부르면 전속력으로 달려와 

나에게 안기는 그런 녀석이었다.

 

<고하사>

내무반 내부반장실에서 이렇게 같이 자기도 한다.

당연 싫어하는 병사들도 있다.

하지만 군대는 계급이 깡패다.

병장이 하사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름도 고하사....

 

겨울철 빼치카의 더운 물은 고하사가 일순위다.

그러니 고참 병장들은 더 싫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사건이 터진다.

2중대에서 전화가 왔다.

2중대 창고에 새끼 고양이들이 있다고....

그래서 달려가 보니....

어미냥이는 이미 숨을 거두었고 새끼냥 네마리가 그 어미의 젖을 빨고 있었다.

새끼냥이는 이제 겨우 눈뜬 정도의 상태였다.

급하게 새끼냥이들을 데리고 취사장 쉼터로 향했다.

이곳은 취사병들이 쉬고 잠을 청하는 공간이다.

그러니 취사병들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며칠 되지 않아 새끼고양이들의 재롱에 취사병들도 홀딱 넘어가

나보다도 더 냥이들을 잘 케어해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래 부대에 있던 길냥이들은 하나 둘 취사장으로

집합하게 된다.

한 여름 더운날 취사장 처마밑 그늘에 수 십마리의 냥이들이 나란히 누워있는 

광경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 나도 제대를 한다.

남은 냥이들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서울의 한 자취방을 얻어 직장생활을 하는데

열려있던 방문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뛰어들어온다.

동네 강아지에게 쫒기고 있었다.

정말 이런 우연이....

그 고양이에게 참치캔 하나를 주니 먹고나서 내 방에 눌러앉았다.

외출은 자유롭게....

 

그 고양이는 암놈이라 미쓰고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미쓰고의 출입을 편하게 하려고 작은 창문은 항상 열어두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동네 고양이들이 열린 창문을 통해 모두 들어온다.

그것도 열마리 정도....

그들의 뻔뻔함이 어느 정도냐면 잠결에 옆을 보니 처음 본 고양이가

내 옆에서 같이 자고있다.

이건 약과다.

어느날은 내 방에다 새끼를 낳았다.

기가 막히다.

<뻔뻔하게 새끼를 낳은 고양이>

이렇게 어린냥이 새끼를 낳다니...

 

어느새 내 자취방은 냥이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정말 난리가 아니다.

총각 자취방이라 쓰레기장 같이 지저분해서 위화감이 안들어 그러나?

 

이런 고양이도 들어온다.

 

연탄배달 했냐?

 

처음 본 고양이 냥빨하기는 처음이다.

 

<냥빨 당하고도 뻔뻔한...>

 

명절에 며칠 자취방을 비워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세상에...

수 십마리의 냥이들이 밥달라고 매달리고 울고 난리가 났다.

"너네 나 알아?"

이때만 해도 고양이 사료를 구하지 못할때다.

그래서 유카누바라는 강아지 사료를 먹였는데

그만큼 고양이를 강아지 처럼 키우는 문화가 전혀 없었던 시기다.

 

미쓰고도 새끼를 낳았다.

 

그 중 노랑이는 입양을 보냈다.

 

<입양 후 보내온 사진>

 

그리고 다시 이사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고 싶었는데....

에제 밥은 누가주나....

걱정이 많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복동이와 복돌이>

이 친구들만 데리고 왔다.

 

 

  

이후로 복순이가 들어왔고 막둥이도 들어왔고....

 

이렇게 복돌이와 복동이를 데리고 이사했을 때가  2003년도....

 

복돌이가 15살, 복동이가 16살, 복순이가 12살 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당시 막내였던 막둥이도 지금은 최고참이 되었고 이제 나이가 많다.

막둥이 외로울까 둥실이가 들어왔다.

<막둥이와 둥실이>

 

고양이와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내가 전생에 고양이였을까?

야옹이들과의 추억과 에피소드는 너무 많아 모두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히 야옹이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더 자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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