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많은 질문 중 하나가 "리모콘 되나요?" 입니다.
리모콘은 산업이 발전하면서 가져다준 편리한 물건임은 확실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자제품들은 거의 모두 리모콘으로 작동합니다.
이제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 전자기기를 작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리모콘의 등장으로 인간의 삶이 꼭 좋아진것만은 아닙니다.
너무 편하게 리모콘을 사용하다 보니 게을러지게 마련이고 TV를 구매한 것인지 아니면 리모콘을
구매한 것인지 혼동될 정도로 요즘 사람들은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리모콘을 찾는 버릇이
생길 정도로 리모콘에 미쳐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요즘 사회흐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합니다.
리모콘은 유일하게 나의 뜻대로 움직여 주는 착한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생활, 또는 직장생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생활하다 보면 내 자신의 가치는
점점 작아지고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원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여야 하고 입바랜 칭찬이나 가식적인 행동은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고 이는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리모콘은 좋은 부하처럼 내 맘대로 움직여 주니 이처럼 믿음직한 것도 없지요.
그렇다면 리모콘이 없던 세상에서는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갔을까요?
리모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컬러 텔레비젼이 나오면서 시작되었으니 불과 3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억 하시겠지만 그 전에는 텔레비젼의 채널도 돌려서 맞춰야 했지요.
그러다 채널 손잡이가 빠지기라도 하면 펜치 같은 도구로 어렵게 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럼 그때 사람들은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세 가지 정도가 있었는데 그 때만 하더라도 가부장적 시대로 가장의 권리는
상당했습니다.
요즘 코미디 프로에서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정신력 이었습니다.
너무 춥고 배고픈 시대이다 보니 사회생활의 일원이 되는 의미 보다 내가 하지 않으면 굶는다 라는
의식이 더 강했던 시대였습니다.
책임감을 동반한 정신력이 지금 보다 몇 배 더 필요한 시대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정" 입니다.
요즘 같이 인심이 야박한 세상은 아니었습니다.
할 말 다 하고 뒤엉켜 싸우기도 했지만 저녁에 소주 한잔 마시며 화해하는 그런 분위기랄까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아부와 아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 비해 적었다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서로 사람냄새 맡아가며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렇듯 리모콘은 한 시대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슬픔의 내면을 간직한 편리한 도구입니다.
이제 오디오 이야기로 들어가 봅니다.
오디오에서의 리모콘은 CDP의 등장으로 부터 시작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디오를 듣는 능력이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매니아들은 오디오에 리모콘이 있다는 것은 미니콤포넌트 정도에 국한된
현상으로 볼 정도로 하이엔드 오디오에 리모콘이 있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청공간이 넓을 경우는 기기를 청취위치와 가까운 곳에 셋팅했는데 스피커 사이의 공간을
비워둔다는 것은 상당히 올바르고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손만 뻗으면 기기를 콘트롤할 수 있기에 리모콘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고 특히 LP를 하다보니
오디오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디오에 손이 참 많이 갔는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비틀즈 노래중에 "러브 이스 터치" 라는 가사가 있지요.
그리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라는 말도 있고요.
이렇듯 오디오에서의 리모콘은 오디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TV 에서는 리모콘이 필요 합니다.
그런데 왜 앰프 리모콘이 필요한지 저는 이해가 힘듭니다.
10초 짜리 광고 음악을 들으려는 것도 아닌데.
리모콘 홍수의 시대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결론 짓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리모콘을 지원하는 앰프를 찾는 시대에 왜 그런 앰프를 만들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먼저 원가상승의 문제는 아닙니다.
차라리 리모콘 구조의 제품 생산이 원가도 줄이고 조립상의 편의성도 갖고 있습니다.
앰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 좋은 쪽으로의 변화는 얼마든지 찬성하고 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방향이라면 좋은 앰프를 만든다는 엔지니어로써의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오디오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디오, 특히 앰프에 있어서 리모콘을 사용하면 음질이 떨어진다 라는 의문이
이슈가 된다면 그 명제를 제시한 사람은 리모콘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가시가 되어
타켓으로 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으로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레 그 기술적인 내용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이 내용은 믿어도 그만, 안믿어도 그만 이지만 다른곳에 가셔서 "정말입니까?" 라고 하는
글은 올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리모콘은 기본적으로 해당 제품이 스탠바이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제품의 전원을 꺼도 리모콘의 신호를 받아야 하는 스탠바이 전원은 계속 켜져있다는 의미로
전원 코드를 빼버린 것 같은 완전 OFF 상태가 아닙니다.
스탠바이 상태의 전원은 리모콘에서 발사되는 적외선 신호와 동조시킬 수 있는 크리스탈이란 발진 소자가
항상 켜져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제품이 켜져있던 아니면 스탠바이 상태로 꺼져있던 간에 이 크리스탈은 제품 내부에서
계속 몇 메가헤르쯔대의 주파수로 진동을 합니다.
리모콘에서 발사되는 주파수를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지요.
이 발진 주파수가 몇 메가헤르쯔라고 했지만 제품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보통 가청주파수 대역은 20Hz에서 20KHz가 됩니다.
크리스탈의 진동 주파수는 메가헤르쯔대로 가청주파수 대역과 겹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조현상으로 인해 크리스탈 진동주파수가 가청주파수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동조현상 아시지요?
출렁다리에서 다리의 흔들림에 맞춰 발을 구르면 다리의 흔들림이 커지고 라디오 에서는 이 동조 주파수로
수신기의 채널을 맞추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제품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바이올린 고역대에서 음색이 찌그러지거나 치찰음 같이
과장되게 들리기도 합니다.
MBL의 한 하이엔드급 프리앰프는 리모콘이 되지만 이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 리모콘 수신부의 회로를
독립적으로 구성하고 전원까지 독립시켜 음악 신호의 그라운드 라인과 완전히 떨어뜨리고 수신부 회로를
차폐시켜 출시한 제품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까지 해서 제품을 만든 브랜드는 제가 본 것 중 유일한
모델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한 원가의 투자도 상당한데 과연 누가 알아줄까요?
이런 현상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은 위에 언급했듯이 사람들의 오디오를 듣는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아주 좋은 음식과 저질 음식을 줘도 그 구분을 할줄 아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업체들도 음질 보다는 편리한 기능과 디자인에 관점을 두어 신제품을 만들다 보니
요즘 정말 돈값 못하는 기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새로운 명기탄생은 아련한 꿈으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엇그제 레인보우2의 자재를 구하러 세운상가를 방문했는데 예전에는 참 흔했던 볼륨이나 셀렉터용의
노브를 찾기가 무척 힘들더군요.
원자재값과 인건비의 상승으로 새로 노브를 깍으려면 개 당 3~4만원은 족히 들어갑니다.
생각해 보니 리모콘 세상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디지털 볼륨과 C-MOS 스위치를 이용한 셀렉터를 사용하니 "노브" 라는 존재가 필요치 않게 되었고
어느새인가 희귀 부품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이렇듯 리모콘은 오디오에 있어서 편리해 졌지만 분명 좋아진것은 아닙니다.
그 편리함 속에서 사람들의 귀는 점점 퇴화되고 그로써 업체들의 상술에 휘둘리게 되는 날이
이미 와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올리자면 오디오에 투자하는 자금의 일부는 실연 공연 감상으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길만이 퇴화되는 귀의 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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