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스피커의 작업 의뢰를 받고 이 스피커 나이가 45살이란 것을
알았고 그전까지는 이런 스피커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메리디안은 우리나라에서 CDP로 명성을 떨쳤던 브랜드지요.
그런데 아주 예전에 이런 액티브 스피커도 만들었네요.
BBC모니터로 유명한 스피커 시리즈의 유닛을 장착했습니다.
스피커의 뒷면을 열면 사진처럼 앰프 부가 있습니다.
왼쪽 채널이 저역, 오른쪽 채널이 고역을 담당합니다.
한쪽 스피커에서 소리가 안 나는 증상이랍니다.
그런데 앰프 부를 분리하면서 연결 잭을 뽑는데 아주 그냥 힘없이 빠지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그 잭을 손으로 건드리니 소리가 나왔다, 죽었다를 반복합니다.
너무 싱거운 고장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고생길이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 했지요.
앰프 쪽에서 나온 연결잭 입니다.
물론 이상이 없었지요.
문제는 스피커 본체의 숫놈잭인데 이 잭의 핀이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쑥~하고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이래서는 결합이 전혀 안 됩니다.
그래서 스피커 쪽 단자의 핀을 모두 정상위치로 올려놓고
그 잭의 바닥에 아크릴 본딩 작업을 했습니다.
이래서 잭의 핀이 덜렁거리지 않고 힘을 받으니까요.
이렇게 작업을 마치고 본드가 굳을 때까지 하루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핀을 건드려 보니 제법 굳었습니다.
그래서 앰프의 잭을 결합하고 전원을 넣으니, 소리가 잘 납니다.
그리고 스피커를 주인장이 가져갔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또 안 나온다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스피커를 받았습니다.
연결잭도 이상 없고 앰프 부를 떼어 작업실에서 계측기 물려놓고
테스트하는데 정상 입니다.
앰프가 시간이 지나야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 같아 몇 시간을
전원을 넣은 채로 기다렸지요.
그리고 드디어 앰프의 이상 작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단 크로스오버 회로(op-amp 4개)에 전원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전원부 부품을 모두 새것으로 갈았지요.
45살이나 먹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 했습니다.
보통 반도체가 정상작동을 하다 이상작동으로 변하는 현상을
저는 반만 나갔다 하여 반고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번 경우도
반고장으로 보였지요.
그리고 작업실에서 전원을 넣고 이상 작동을 하는지 수 시간을 지켜본 결과
더 이상의 이상 작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피커의 주인장이 오셔서 앰프의 뒷판을 스피커에 장착하고
음악을 듣는데 한 5~6분 정도가 지나니 소리가 또 안 나옵니다.
이게 뭔 일인가 ? ? ?
주인장은 혼자 가셨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회로도 없이 감각으로만 제품을 고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겨우 비슷한 회로를 찾았는데
너무 오래된 자료다 보니 전체 회로가 흐릿하게 보입니다.
숫자는 아예 보이지 않고요.
그래도 이런 대략적인 회로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회로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일종의 보호회로인데 요즘은 이런 방식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온도퓨즈라고 하지요...
앰프가 스피커와 결합되면 전혀 통풍이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일단 뒷판이 스피커와 결합되면 열이 빠지지 않아 온도퓨즈가
과열로 인식하여 전원부를 강제로 차단시키는 구조였습니다.
이 내부에 열이 발생하여 75도가 넘으면 작동을 강제로 멈춥니다.
구조상 방열판을 크게 만들지 못하니 열폭주 현상을 우려해서 만든 안전장치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 온도퓨즈를 없앨까 고민하다 다른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니 건드리지 말자 생각했지요.
그래서 앰프에서 발열되는 부품들을 체크하고 하나씩 그 발열의 정도를
최소화하는 빙법을 택했습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면서 작업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엄청 바빴습니다.
그래서 결국 앰프 파트의 열을 기존보다 약 8도가량 낮추었고 스피커에 장착해서
작동을 시켜도 음악이 멈추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스피커의 주인장님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스피커의 주변 사용 온도가
28도를 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정상 작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아날로그 시대의 제품을 만나 힘들었지만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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